1인 가구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도시 보행환경 개선 전략과 실제 적용 사례

nijoe 2025. 7. 24. 07:32

도시에서의 ‘걷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도시 보행 환경을 동등하게 경험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성 1인 가구에게 보행은 이동의 자유이자 동시에 일상적 불안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서울연구원, 국토연구원, 여성가족부 등은 여러 연구를 통해 여성의 보행 안전과 관련된 불평등이 도시 공간 전반에 구조적으로 내재하여 있으며, 1인 가구 여성일수록 불안정한 보행환경에 더 취약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여성 1인 가구는 주로 도심 원룸, 다세대 주택, 반지하 등 소형 주거지에 거주하며, 출퇴근 또는 귀가 시간대에 보행이 많은 라이프스타일을 가집니다. 또한 이들은 고령자와 달리 신체 활동 능력은 높지만 범죄 노출이나 공공시설 부족에 따른 심리적 위축을 자주 경험합니다. 이러한 특성은 단순히 ‘여성이 느끼는 불안’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설계가 여성의 시선과 경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과로 해석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포스팅에서는 여성 1인 가구의 보행 경험 특성, 현재 도시 보행환경의 구조적 한계, 국내외 개선 전략 및 적용 사례, 그리고 향후 도시계획에서 고려해야 할 정책 방향을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성 1인 가구
여성 1인 가구

여성 1인 가구의 보행 특성과 도시 내 보행 불안 요인

여성 1인 가구는 일반적인 도시 보행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심리적 안전감’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높은 집단입니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여성 보행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1인 가구 중 다수가 ‘가로등이 부족한 골목길’, ‘CCTV가 없는 주택가’, ‘공사 중 가림막이 많은 거리’ 등을 주요 불안 요소로 꼽았습니다. 야간 보행 시 귀가 경로 선택, 휴대폰 사용 방식, 주변 사람의 존재 여부 등 일상 행동 하나하나가 보행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불안은 도시의 물리적 설계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좁은 인도, 시야가 차단된 골목, 불규칙한 가로등 배치, 범죄 사각지대가 되는 공터나 공원은 설계 단계부터 범죄 예방이나 감시 요소가 고려되지 않은 공간 구조입니다. 여성가족부는 이에 대해 "기존 도시 공간이 남성 중심 이동 경로에 기반해 설계되었으며, 여성의 보행 경험이 ‘예외’로 간주되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여성 1인 가구는 낮은 사회적 보호망과 감시 체계 속에서 홀로 생활하는 집단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도시 공간에서 더욱 ‘위험에 노출된 개인’으로 인식되거나 실제 피해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보행 불안은 단순한 인식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 제도적, 심리적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도시 설계의 구조적 문제로 이해해야 합니다.

 

국내의 여성 보행환경 개선 시도와 주요 전략

한국의 일부 지자체와 연구기관은 여성 보행자를 위한 공간 설계에 주목하면서 범죄 예방 환경설계(CPTED)와 여성 안심 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도시 보행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여성 1인 가구가 밀집한 지역에 ‘여성 안심 귀갓길’을 지정하고, 해당 구역에 집중 가로등 설치, 보안등 색상 개선, 발광 표지판, 스마트 CCTV를 도입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이 조치는 물리적 보행 환경 개선을 통한 심리적 안정 강화를 목표로 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 체감 안전도 상승효과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또한 서울시와 경기 일부 지역은 ‘여성 안심마을 조성 시범사업’을 통해, 노후 골목길 정비와 함께 사회적 감시 시스템을 동시에 도입했습니다. 이 사업은 단순한 인프라 개선에 그치지 않고, 주민 커뮤니티 구성, 상가 연계 안심 벨 설치, 여성 자율순찰대 조직 등 복합적 접근 방식을 택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해당 사업이 보행 불안 해소만 아니라, 지역사회 소통 강화와 1인 가구 여성의 커뮤니티 복귀 유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최근 서울연구원은 ‘여성 안전 도시 인덱스’를 개발하여 보행환경만 아니라 상업시설, 대중교통, 공공서비스 등 종합적인 도시 안전 수준을 계량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행환경 정비 우선순위를 지정하는 정책 도구를 개발 중입니다. 이와 같은 시도는 보행 안전을 개별 구역 단위의 물리적 문제로 제한하지 않고, 도시 전반의 구조와 연결된 문제로 확장하려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해외 도시들의 여성 보행자 중심 도시 설계 사례

국제적으로도 여성의 보행권 보호와 커뮤니티 안전 강화를 위한 도시 설계는 중요한 정책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UN Women은 2018년부터 ‘Safe Cities and Safe Public Spaces’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여성 보행자 친화 공간 조성 사례를 수집하고 정책 지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오스트리아 빈(Wien)이 있습니다. 빈시는 1990년대부터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여성의 보행 경로, 이동 패턴, 보행 시간대를 분석해 ‘성 감수성 도시계획’을 도입했습니다. ‘엘프너 지역 프로젝트’에서는 지하철역과 주거지 사이의 보행 경로에 감시 카메라, 조명 개선, 안내사인, 여성 우선 자전거 도로 등을 설계하여 범죄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했습니다.

 

캐나다 토론토는 ‘Safe Walk Toronto’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 캠퍼스와 주거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야간 보행자 보호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시민 자율 조직이 운영하는 야간 순찰 서비스와 SOS 비상 호출기, 실시간 위치 공유 앱 연동, 경로 모니터링 서비스가 결합하여 여성 1인 보행자의 심리적 안전감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보행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공공장소 내 여성의 ‘체류 권리’를 강화하는 도시전략을 시행했습니다. 예컨대 공원, 광장, 대형 상가 앞 등에 여성 전용 휴게 공간, 아이 동반 가능 쉼터, 조명과 식생을 조화롭게 설계한 보행 연결로를 조성함으로써, 단지 이동이 아니라 공공공간에서의 체류와 안정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확대했습니다.

 

이처럼 해외 주요 도시들은 여성의 보행 불안을 단순히 ‘어두운 골목길’을 없애는 수준을 넘어서, 도시 설계 전반의 성 감수성, 심리적 안정성, 커뮤니티 연계 등을 입체적으로 고려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향후 도시계획에서 고려해야 할 정책 방향

여성 1인 가구의 보행환경 개선은 단순한 거리 조명 확충이나 CCTV 설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는 도시계획 전반에 성 기반 분석과 사용자 인식 기반 설계 기법을 통합해야 합니다.

 

첫째, 도시 보행 공간의 기획 단계부터 성별, 연령, 주거 형태 등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한 사용자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그에 따른 설계 기준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는 단지 ‘여성 친화’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안전과 이동권을 보장하는 도시로 진화하는 기초 조건입니다.

 

둘째,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보행 환경 모니터링과 경로 안내 서비스가 도입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여성 전용 보행 안전 앱, 안심귀가 알림 서비스, 스마트 조명 자동 점등 시스템 등은 이미 일부 민간 플랫폼에서 실현 가능성을 보인 기술이며, 이를 도시의 보행 인프라와 연계한다면 데이터 기반 보행 안전 정책 수립이 가능해집니다.

 

셋째, 도시 내 공공공간 설계에서 ‘체류형 공간’을 확대하고, 그 공간이 혼자 있는 여성에게도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설계 방식을 채택해야 합니다. 벤치의 방향, 식재의 높이, 조명의 색온도, 주변 가시성 확보 등은 모두 공간의 안전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에 따라 도시공원, 지하철역 주변, 복합 상업시설 인근의 보행자 공간은 단순히 통행로가 아니라 안심 체류 공간으로 재설계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여성 1인 가구가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보행환경 개선과 지역 커뮤니티 구축을 연계하는 통합형 프로젝트가 확대되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도시의 물리적 안전만 아니라, 사회적 감시망과 관계망 복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습니다.

 

여성의 보행권은 도시 존중의 출발점입니다

도시는 걷는 사람을 배려할 때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도시 설계는 걷는 사람 중에서도 ‘누구’를 위해 설계되었는지를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여성 1인 가구가 도시 속에서 느끼는 보행 불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계획의 공백이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입니다.

 

보행권은 이동의 자유일 뿐 아니라 삶의 존엄과 안전을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따라서 도시가 이 권리를 보장하려면, 여성의 시선과 경험을 설계에 반영하는 성 기반 도시계획이 전면적으로 도입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는 단순히 ‘여성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도시 구성원 모두가 더 안전하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도시는 조명 하나, 벤치 하나, 골목의 폭 하나까지도 누가 걷고 누가 머무는지를 고민하는 정교한 설계의 산물이어야 합니다. 여성 1인 가구의 보행 경험을 존중하는 일은, 더 나은 도시를 만드는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