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1인 가구 밀집 지역의 교통 체계 최적화를 위한 데이터 기반 접근

nijoe 2025. 7. 26. 08:41

도시 교통 체계는 오랜 시간 동안 출퇴근 중심, 가족 단위 차량 이동, 대중교통 중심 밀도 분포를 기준으로 설계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도시 인구 구조의 변화,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는 기존 교통계획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인 가구는 가족 단위의 이동과는 전혀 다른 불규칙하고 개별화된 교통 수요를 만들어냅니다. 이들은 특정한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이동하기보다는, 평일 오후, 야간, 주말 새벽 등 비정형 시간대에 다양한 경로로 도시를 이용하며, 자가용보다 도보, 퍼스널 모빌리티, 대중교통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특징이 강합니다. 서울기술연구원과 한국교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1인 가구가 밀집된 지역일수록 교통 수요는 단일 경로가 아닌 ‘산발적/복합적 이동 네트워크’로 구성되며, 이에 따라 기존의 버스 중심 경로 설정이 비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분석하였습니다. 따라서 도시의 교통 정책은 이제 1인 가구의 실제 생활 리듬과 공간 활용 패턴을 기반으로 재설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의 교통 수요 분석과 미세 조정이 핵심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번 글에서는 1인 가구의 교통 특성 분석, 데이터 기반 교통 설계 방식, 국내외 적용 사례, 그리고 정책적 방향을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인 가구 밀집 지역
1인 가구

1인 가구의 이동 특성과 기존 교통 계획과의 충돌

1인 가구는 혼자 거주하며 이동의 목적과 시간, 경로 선택에 있어 높은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입니다. 서울기술연구원이 시행한 '1인 가구 생활 기반 교통 흐름 연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다인 가구에 비해 이동 횟수는 적지만, 경로와 목적지는 더 다양하고 예측 불가능한 패턴을 보입니다. 이들은 출퇴근 목적 외에도 소형 쇼핑, 헬스장 방문, 취미 공간 이용, 카페‧서점 순회 등 일상적이고 짧은 이동을 반복합니다.

 

또한 1인 가구는 차량 보유율이 낮아, 도보와 대중교통, 전동킥보드, 자전거 등의 혼합형 교통수단 사용 빈도가 높습니다.청년층 1인 가구의 경우, 버스-도보-전동킥보드 등의 조합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보이며, 고령층 1인 가구는 동선이 짧지만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경로(병원, 시장, 약국 등)를 주로 이용합니다.

 

이러한 복잡성과 다양성은 기존의 ‘정시성 중심 대중교통 체계’와 충돌합니다. 기존 교통 시스템은 특정 시간대(출근/퇴근)에 특정 방향(도심→외곽 혹은 그 반대)으로 인구가 이동할 것을 가정하고 설계되었습니다. 그러나 1인 가구의 이동은 시간과 방향이 비선형적이며, 거점이 명확하지 않아 기존 노선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반대로 미사용 구간의 교통 공백도 발생시킵니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으로 수요를 파악하고, 기존 교통계획을 보완하거나 완전히 새롭게 설계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데이터 기반 교통 설계의 핵심 원리와 기술적 접근

데이터 기반의 교통 체계 설계는 더 이상 미래형 도시만의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현재 서울시와 일부 지자체에서는 1인 가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생활 기반 교통 흐름을 실시간 수집·분석하여, 교통 인프라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실험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가장 핵심이 되는 데이터는 비식별화된 통신 데이터, 대중교통 탑승 이력, 스마트폰 GPS 로그, 도보 및 자전거 이동 경로, 공유 모빌리티 이용 로그 등입니다. 이 데이터를 분석하면 시간대별 이동 집중도, 지역 간 수요 밀도, 짧은 단거리 이동의 빈도와 목적 등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는 기존 교통 모델보다 훨씬 정밀한 서비스 설계가 가능하도록 해줍니다.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의 ‘교통 데이터 허브(T-MAP 공공 API 연계)’ 시스템에서는


① 특정 생활권역 내 1인 가구 비율
② 오전/오후/야간 시간대별 이동량
③ 모빌리티 수단별 분포(버스, 지하철, 도보, 킥보드 등)
④ 평균 정류장 접근 거리 및 체류 시간
⑤ 교통수단 간 환승 경로 및 비효율 구간


을 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노선 간격 조정, 환승 거점 설계, 무인 환승 허브 신설, 보행환경 개선 구간 도출이 가능해졌습니다.

MIT의 Senseable City Lab 또한, 다수 도시에서 개인화된 교통 흐름 예측 모델(Personal Mobility Forecasting System)을 통해 실시간 버스 배차 간격 조정, 이동형 교통 서비스 배치, 비대면 탑승 예약 서비스 연동을 실험하고 있으며, 이는 1인 가구의 생활 패턴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교통 체계를 가능하게 합니다.

 

국내외 1인 가구 밀집 지역 교통 최적화 사례

국내에서는 서울 은평구와 성동구가 1인 가구 밀집 지역에 대해 생활밀착형 교통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서울 은평구는 ‘수요응답형 버스(DRT)’를 도입하여, 고령 1인 가구가 많은 불광동 지역에서 시간대 예약 기반 셔틀 운행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지역 내 병원, 전통시장, 주민센터 등 주요 생활 거점을 연결하며, 거점 간 이동 수요가 특정 시간대에 몰리는 기존 구조의 한계를 유연하게 해소하고 있습니다.

 

성동구는 1인 가구 중심 공유오피스 단지 인근에 전동킥보드 허브, 도보 안전벨트 조성, 교차로 비보호 우회전 금지, 야간 도보전용 신호등 등을 도입하여 걷기와 퍼스널 모빌리티 중심의 교통 환경 전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인프라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이동 흐름 자체를 데이터로 추적하고, 실시간으로 공간 구조를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해외에서는 싱가포르의 ‘Mobility-as-a-Service(MaaS)’ 시스템이 대표적입니다. 이 시스템은 사용자의 직업, 주거 형태, 가족 구성, 이동 목적 등을 프로파일링하고, 개인 맞춤형 이동 루트와 수단을 조합하여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고령 1인 가구에게 도보 거리 짧은 환승 루트를 추천, 청년 1인 가구에게는 시간 대비 비용 최적화 경로를 제공하며, 모든 서비스는 앱 기반으로 통합 관리됩니다.

 

스웨덴 예테보리는 1인 가구 집중 거주지역에서 AI 기반 ‘단거리 교통 수요 매핑’을 통해 마이크로버스 운행 경로를 실시간 변경하며, 도보-자전거-공공차량이 연결되는 탄력적 이동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는 고정된 노선 없이도 수요 기반으로 교통을 배치하는 구조로, 도시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습니다.

 

정책 방향: 1인 가구 교통은 '정형화'가 아니라 '적응화'가 핵심입니다.

1인 가구 밀집 지역의 교통 체계를 최적화하기 위한 정책은 다음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첫째, 생활 기반 교통 흐름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수 있는 지역 단위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지자체는 정기적인 유동 인구 조사 대신, 통신사,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 교통카드 데이터 등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를 연계한 교통 흐름 분석 플랫폼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는 실시간 수요 예측과 정책 반영에 핵심이 됩니다.

 

둘째, 고정형 교통 노선이 아닌 탄력형 운행 시스템(DRT, 예약 셔틀, 모빌리티 허브 등)을 도입해야 합니다. 1인 가구는 특정 시간에 몰리지 않기 때문에, 수요 기반으로 운행을 조정하는 유연한 교통 모델이 요구됩니다. 이는 도심 외곽, 주거 밀집 지역, 단기 거주 단지에서 매우 효과적입니다.

 

셋째, 걷기와 개인형 이동수단(PM)을 통합하는 통근 환경 개선 정책이 필요합니다. 1인 가구는 이동 거리가 짧고 도보-PM 중심의 생활을 하므로, 보행 환경 개선, 킥보드 충전소, 교차로 안전장치, 도보 우선 설계 등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며, 도시 전체를 ‘걷기 좋은 구조’로 바꾸는 것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교통계획의 미래는 ‘생활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입니다.

1인 가구가 도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도시 교통은 과거처럼 정해진 루트를 강요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사람의 생활 흐름, 시간대별 이동 목적, 개별 교통수단의 조합을 읽어내고, 그에 맞춰 시스템이 유연하게 적응하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데이터는 이 변화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며, 도시 교통의 방향은 ‘정형화된 시스템’에서 ‘적응형 흐름 구조’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도시 교통은 더 많이 움직이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다양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위한 방식으로 재설계되어야 하며, 그 출발점은 바로 1인 가구의 생활 데이터를 정교하게 해석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