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1인 가구 중심 도시에서 공공공간의 다기능화 설계 트렌드 분석

nijoe 2025. 7. 26. 20:48

도시 공간은 이제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닌, 사람들의 일상과 관계가 교차하는 중요한 플랫폼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1인 가구가 도시 인구의 주류로 부상하면서, 그들의 생활 방식과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공공공간 설계가 필요한 시대가 도래하였습니다.

 

서울연구원과 한국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가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는 기존의 대가족/커뮤니티 중심 공간보다, 개인의 사적 공간과 사회적 연결의 균형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공공공간 또한 단일 기능에 집중하기보다는, 다기능성(Multi functionality)을 갖춘 복합 공간으로 재편되는 경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1인 가구 중심 도시에서 공공공간이 왜 다기능화되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실제로 어떤 설계 트렌드가 국내외에서 나타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분석하며, 향후 도시계획 및 정책에 필요한 시사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인 가구 시대, 공공공간의 변화

다기능 공공공간의 필요성과 개념적 전환

과거의 공공공간은 명확한 목적과 대상이 있었습니다. 예컨대 놀이터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 광장은 대규모 집회나 축제를 위한 공간, 공원은 산책을 위한 장소로 구분되었습니다. 그러나 1인 가구의 생활 패턴은 이러한 고정된 용도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하루 중 다양한 시간대에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공공공간을 이용하며, 공간의 경직성보다 유연성과 융합성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국토연구원의 ‘1인 가구 친화적 공공공간 기획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공간이 단일 목적 공간으로 설계될 경우 이용률이 급격히 낮아지고, 유지관리 효율성도 떨어지며, 결과적으로 도시 자원의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반면, 하나의 공간이 휴식, 업무, 소통, 운동, 문화 활동 등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될 경우, 다양한 세대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시민이 자연스럽게 공간에 머물며 공공성을 누릴 수 있습니다.

 

‘다기능화’란 단지 여러 기능이 혼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요구와 상황에 따라 기능이 전환할 수 있는 공간적 융통성을 의미합니다. 이는 1인 가구처럼 다양한 삶의 리듬을 가진 도시민에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국내 도시에서 나타나는 다기능 공공공간 사례

국내에서도 일부 지자체와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다기능 공공공간 설계가 점진적으로 도입되고 있습니다. 청년층 1인 가구가 밀집한 서울시 내 몇몇 자치구는 기존 공공시설을 리모델링하거나 복합화하여 새로운 공간 실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서울 성동구는 2022년부터 ‘라이프 쉐어 라운지’라는 다기능 커뮤니티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독서·작업이 가능한 조용한 구역과, 모임이나 토론이 가능한 소통 구역, 간단한 운동이 가능한 스트레칭 존, 소규모 영화 상영이 가능한 멀티룸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용자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기능을 선택하여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며, 예약제와 비예약제가 병행되어 1인 가구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또한 부산 해운대구는 공공도서관과 공유 부엌, 작은 공연장이 복합된 ‘마을문화복합센터’를 조성하여, 세대 간 교류뿐만 아니라 1인 가구의 일상 공간으로도 기능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주간에는 독서 및 학습 중심의 공간으로, 야간에는 작은 문화행사나 토크 콘서트 장소로 변모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물리적 전환을 위한 가변 벽체와 조명 시스템도 도입되었습니다.

 

이러한 국내 사례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공공공간을 고정된 기능의 장소가 아닌, 일상의 유연한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외 도시들의 다기능 공공공간 설계 트렌드

해외 주요 도시에서는 1인 가구 중심 도시 구조에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공공공간의 다기능화를 도시정책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습니다. 유럽과 일본, 북미 도시들은 공공공간을 통해 사회적 연결, 정신 건강, 안전성, 창의 활동 등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의 시나가와구는 지하철역 인근 유휴 공간을 활용한 ‘모듈형 도시 라운지’를 설치하여, 평소에는 카페처럼 사용되다가 저녁에는 명상·음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복합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지역 내 고립된 1인 가구에게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며, 특정 시간에는 무료 심리상담, 일자리 정보 제공 등의 사회서비스도 함께 제공됩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은 ‘Urban Living Room’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공원과 광장을 쉼터, 운동 공간, 오픈 오피스, 이벤트 공간으로 동시에 사용하는 다기능 도시 공간으로 설계하고 있습니다. 1인 가구 및 원격 근무자가 많은 지역에 야외형 워크스테이션, USB 충전기, 와이파이존, 접이식 탁자 등을 배치하여, 공공공간이 단순한 쉼터를 넘어 ‘일하는 공간’으로 확장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의 킹스크로스 재개발 지역에서는, 하나의 공공광장이 계절마다 용도가 바뀌는 다기능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영화관, 겨울에는 스케이트장, 봄에는 오픈 북페어 장소가 되는 등, 시민의 참여를 중심으로 공간 기능이 순환되며, 이용자의 창의성과 생활 패턴이 공공공간 설계에 실시간 반영되는 구조입니다.

 

이처럼 해외 도시들은 단지 공간을 ‘많이 만들기’보다는, 기존 공간을 ‘다르게 사용하기’ 위한 다기능 설계를 통해 공공성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다기능 공공공간의 도시 정책적 함의

1인 가구가 중심이 된 도시에서 공공공간의 다기능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도시는 점점 더 고립된 생활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를 갖고 있으며,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수용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공공공간입니다. 따라서 공공공간은 단일 목적의 ‘정책 전시 공간’이 아니라, 사용자의 일상 흐름을 고려하여, 자율적 이용과 다목적 기능을 동시에 담는 유연한 구조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정책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향이 필요합니다:

 

1. 공공공간 설계 시 ‘기능 전환성’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목적 라운지 공간에는 가변형 가구, 모듈 벽체, 다중 콘센트, 방음 설비 등 유연한 요소를 표준화하여 적용해야 합니다.

 

2. 운영 주체의 다양화도 필요합니다. 기존 지자체 중심이 아닌, 지역 주민, 문화 기획자, 스타트업, 사회적 기업 등이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공간이 ‘살아있는 장소’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3. 공공공간 이용에 대한 사용자 데이터 수집 및 피드백 시스템을 마련하여, 계절별·시간대별로 기능을 전환하고, 공공 공간의 수명주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합니다.

 

공공 공간의 다기능화는 1인 가구 도시의 ‘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 전략입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도시 공간은 더 유연하고 섬세한 설계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공공공간은 이제 단순한 쉼터나 행정시설이 아닌, 혼자 살아가는 이들이 연결되고 보호받으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일상의 베이스캠프가 되어야 합니다.

 

그 출발점은 공간에 더 많은 기능을 얹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어떻게 쓰느냐’를 설계하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다기능 설계가 가능해질 때, 도시 속 1인 가구는 고립되지 않고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