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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1인 가구 전용 공공주택 모델의 등장과 도시재생 전략 변화

도시재생 정책은 오랫동안 노후 기반 시설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 공동체 회복 등을 중심으로 추진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도시재생의 중심 변수로 부상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1인 가구의 급격한 확산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용 공공주택 모델의 등장입니다. 국토연구원과 서울연구원 등은 최근 연구에서 도시 내 인구 구조가 빠르게 1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특히 도시재생 대상지 대부분이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공공임대주택 모델은 다인 가구 중심 구조였으며, 도시재생 또한 지역 공동체 단위의 공간 회복을 기본 전제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재생 대상지 주민 다수가 1인 고령층이거나 청년 단신 세대인 경우가 많으며, 이들은 집단 커뮤니티보다는 독립적인 생활과 안전한 주거를 더 크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외 도시에서 1인 가구 전용 공공주택이 하나의 주택 유형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도시재생 전략 전체에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1인 가구 전용 공공주택의 등장 배경, 국내외 모델 사례, 도시재생에 미치는 구조적 변화, 향후 정책 방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도시재생의 새로운 변수, 1인 가구 전용 주택

1인 가구 전용 공공주택의 필요성과 출현 배경

1인 가구 전용 공공주택은 단순히 규모를 줄인 임대주택이 아닙니다. 이 주택 모델은 생활 동선, 공간 구성, 공용시설 배치, 복지서비스 연계 방식까지 1인 가구의 특성과 수요에 최적화된 형태로 설계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1인 가구의 주거수요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는 물리적 주거 안정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고립 방지와 긴급 지원 체계 확보를 동시에 원한다고 분석되었습니다.

 

기존의 공공주택은 면적이나 가구 수 기준으로 공급이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사용자 경험 중심의 맞춤형 공간 설계가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형 평면 구조에 개별 욕실, 미니 주방, 방음 강화 설계를 기본으로 하고, 층별 커뮤니티 라운지, 공용 세탁실, 응급 호출 시스템을 갖춘 주택 모델이 다수 등장하고 있습니다. 1인 가구는 프라이버시와 동시에 외부 위험에 대한 보호 장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스마트락, 무인택배 시스템, 출입 인증 시스템 등 안전장치의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공주택 모델은 도시 외곽의 대규모 임대단지와는 전혀 다른 구조를 지니며, 기존 도심 속 소규모 필지를 활용해 생활 밀착형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1인 가구 전용 공공주택은 도시재생 전략과 매우 높은 연결성을 가지는 주거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내외 주요 도시의 1인 가구 공공주택 모델 사례

현재 서울, 인천, 대전, 수원 등 국내 주요 도시에서는 청년·고령 1인 가구 전용 공공주택 시범단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서울시 SH공사는 ‘역세권 청년주택’과 ‘희망하우징’ 등 다수의 사업을 통해 공공부지에 소형 임대주택과 커뮤니티 시설을 결합한 복합모델을 실현하고 있으며, 층별로 분리된 청년층과 고령층의 혼합형 단지 설계를 통해 세대 간 통합성과 개인성 모두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서울시 성동구의 ‘마장동 공공주택 재생 프로젝트’를 1인 가구 도시재생 연계 모델로 소개했습니다. 해당 사업은 기존 노후 주택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저층 소형 임대주택, 치매안심센터, 고독사 예방관리센터, 커뮤니티 키친 등을 복합 배치하여 주거와 복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복합 공공주택 모델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일본 도쿄의 ‘코다이라 시니어 하우스’는 고령 1인 가구를 위한 단독형 공공주택과 생활 보조 기능이 결합된 단지형 주거모델로, 자립생활과 긴급 대응 시스템이 동시에 설계되어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는 시내 유휴 부지에 모듈러 구조로 설계된 ‘스튜디오형 공공 임대주택’을 청년층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공동 공간에 공유 부엌, 정서 지원 라운지, 입주자 전용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델은 단순히 집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안정과 사회적 연결을 함께 설계하는 새로운 도시주택 모델로 발전하고 있으며, 도시재생의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도시재생 전략에 미치는 구조적 변화

1인 가구 전용 공공주택이 도시재생 전략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첫째, 도시재생의 핵심 대상이 기존의 ‘낙후 지역’이나 ‘상업 침체지’에서 1인 가구 밀집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생활밀착형 도시재생 전략’ 보고서에서는 1인 가구 비율이 40%를 초과하는 구도심 지역에서 사회문제 발생률과 의료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해당 지역을 도시재생 전략의 1순위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둘째, 도시재생의 방식도 과거의 대규모 기반 시설 개선에서 벗어나, 주거 안정을 중심으로 한 복합형 전략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도심 내 빈 건물이나 소형 필지를 활용한 모듈형 1인 주택 + 공공시설 복합 개발, 유휴공간을 활용한 고령자 커뮤니티 하우징 + 생활 돌봄센터 등의 방식이 다수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는 도시재생이 더 이상 단일 목적형 프로젝트가 아니라, 다층적 생활복지와 공간 통합을 전제로 한 복합적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셋째, 1인 가구 전용 공공주택은 도시재생과 사회복지 정책을 통합하는 매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고독사 예방, 정신건강 상담, 응급의료 연계, 고용 연계형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정책이 입주 조건 및 단지 내 서비스 형태로 결합 하면서, 도시재생이 단순한 물리적 정비를 넘어 사회문제 대응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되었습니다.

 

향후 정책 방향과 제도 개선 제안

앞으로 1인 가구 전용 공공주택과 도시재생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첫째, 도시 재생특별법 및 공공주택 특별법에 1인 가구 대상 주거 모델 항목을 명시하고, 지자체가 계획 수립 시 가구 유형별 수요 분석 및 공간 배치 기준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해야 합니다.

 

둘째, 공공주택 공급 기준을 면적 중심에서 기능 중심으로 재편해야 합니다. 1인 가구의 경우 실면적보다는 공간 구성과 공공서비스 연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향후에는 소형 면적이라도 복지 기능이 탑재된 복합형 주택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 지정 시, 1인 가구 거주율, 주거불안정 지수, 복지 사각지대 분포도 등을 지표로 포함시켜, 정책 대상을 보다 정밀하게 설정해야 합니다. 국토연구원은 이에 대해 ‘1인 가구 복합지표 기반 도시재생 지침’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 바 있으며, 이는 향후 전국 지자체의 도시계획 기준에도 반영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주거복지와 도시재생 간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생활지원센터, 지역 돌봄센터, 건강관리 거점시설 등 복지 기능을 단지 내에 필수적으로 설계하는 방식이 정착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정책은 1인 가구의 자립을 지원하면서도, 사회적 연결망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미래형 도시재생 모델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1인 가구 시대, 도시재생도 다시 설계되어야 합니다.

1인 가구의 확산은 도시의 물리적 구조는 물론, 정책의 철학과 행정의 우선순위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1인 가구 전용 공공주택 모델은 이제 선택이 아닌 도시정책의 필수 요소가 되었으며, 이를 도시재생 전략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은 미래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직접 연결되는 과제입니다.

 

도시재생은 더 이상 낡은 건물을 고치는 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삶의 방식이 바뀌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새롭게 조직하고, 그 안에 사회적 연결, 정서적 안정, 생활 인프라를 설계하는 작업으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1인 가구 전용 공공주택은 이 과정을 실현하는 가장 작지만 가장 핵심적인 공간 플랫폼입니다.

 

앞으로의 도시정책은 단순한 주택 공급이나 건물 정비가 아닌, 1인 가구가 존중받고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제대로 설계된 1인 가구 전용 공공주택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